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고양이의 트릴(Trill), 짧고 경쾌한 울음소리에 담긴 뜻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때로는 “르르르”, “르으~” 같은 짧고 가볍게 떨리는 소리를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언뜻 골골송(purr)과 비슷하지만, 훨씬 경쾌하고 약간의 ‘굴리는’ 느낌이 있는 이 소리를 ‘트릴(Trill)’이라고 부릅니다. 골골송처럼 길고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고, 짧게 끊기는 특징이 있어서 보호자 입장에서는 “지금 무슨 감정을 표현하려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가 트릴링을 할 때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집사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트릴링, 어디서 나오는 소리일까?

    트릴은 기본적으로 고양이가 입을 다물거나 살짝 열고, 혀와 목의 근육을 짧게 떨면서 내는 음성입니다. 소리가 너무 크지 않지만, 경쾌한 떨림으로 인해 보호자는 “르르르” 또는 “르으~”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새나 작은 설치류가 내는 소리처럼 높고 짧게 끊기는 느낌이 있어서, 평소 야옹(Meow)과도 구분되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보통 “Trill” 또는 “Chirrup”이라 부르며, 고양이의 다른 울음소리(예: 야옹, 골골송, 히스 등)와 구분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소리 자체가 짧게 끊기고 가볍게 떨리는 느낌이라, 보호자 입장에서는 한 번 들으면 꽤 귀엽고 독특하게 느끼게 됩니다.

    트릴링이 나타나는 상황과 의미

    트릴은 주로 고양이가 반갑거나 흥분된 감정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한 야옹 소리와 달리, 트릴에는 살짝 들뜬 분위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상황들입니다.

    • 반가운 재회
      보호자가 집에 돌아왔을 때, 혹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고양이가 “르르르!” 하는 소리로 다가온다면, 반가움과 애정을 담은 인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야옹(Meow) 보다 훨씬 짧고 경쾌한 톤이 특징이므로, 고양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며 꼬리를 바짝 치켜세운다면 “어서 돌아왔구나, 보고 싶었어!”라는 느낌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사소한 흥분이나 호기심
      고양이가 새나 곤충을 발견했을 때, 채터링(Chatter)을 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보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로워!”라는 뜻을 전할 때 트릴이 나오기도 합니다. 단순히 집 안에서 움직이는 작은 물체에 관심이 생겼거나, 복도에서 스치는 소리에 반응하여 “어,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을 표현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쓰입니다.
    •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간 소통
      어미 고양이가 새끼에게 다가가거나, 새끼가 어미를 찾을 때도 짧은 떨리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 있어, 안심해도 돼” 정도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신뢰와 안정감을 주고받습니다.
    • 가벼운 불만 혹은 ‘이리 와 봐’
      트릴을 항상 ‘극도로 행복’ 한 상태에서만 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가 고양이를 잠깐 무시하거나, 고양이가 뭔가를 원하지만 충분히 반응해 주지 않을 때 “르르르” 하고 부드러운 항의를 건네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말 들어봐!” “이쪽으로 좀 와 줘!” 같은 느낌이죠.

    트릴과 야옹, 차이는 무엇일까?

    야옹(Meow)은 고양이가 사람에게 관심이나 요구 사항을 전할 때 가장 폭넓게 사용하는 ‘음성 언어’입니다. 반면 트릴은 그보다 훨씬 짧고 떨림이 있으며, 높은 음정으로 이어집니다.

    야옹은 억양·길이에 따라 “밥 달라,” “문 열어 달라,” “놀아 줘” 등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다소 직접적이고 요구 중심적인 소리로 인식됩니다.
    트릴은 좀 더 감정 표현에 가까워, “이 상황이 즐겁다”, “조금 들떠 있다”, “반가움을 표시한다” 등 ‘애정과 흥분’이 섞인 느낌입니다. 짧게 끊기지만, 그 안에 약간의 웃음소리 같은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고양이가 트릴을 자주 하는 이유

    고양이마다 트릴을 내는 빈도는 다릅니다. 어떤 고양이는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향이 강해, 사소한 일에도 트릴을 잘 내는 편이고, 반대로 조용한 성격의 고양이는 거의 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 고양이가 트릴링을 하지 않는다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 사회성 높은 고양이
      사람이나 다른 고양이와의 상호작용을 좋아하고,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라면 트릴을 자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내 기분 좋아!”라든가 “여기서 같이 놀자!”라는 식으로 가벼운 모션을 전달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죠.

    • 어려서부터 인간과 함께 지내며 학습
      어미 고양이와의 상호작용에서 트릴을 자주 썼다면, 그 패턴이 성묘가 되어서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보호자가 트릴을 내는 순간마다 호응을 해주고 쓰다듬어 준다면, 더욱 학습효과가 강화되어 “이 소리를 내면 보호자가 좋아하고 관심을 준다”라고 이해하게 됩니다.

    트릴링이 나타났을 때 보호자가 확인해 볼 점

    트릴은 대체로 긍정적인 신호로 알려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양이가 긴장된 상황에서 자기감정을 달래거나, 가벼운 불만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치 골골송 처럼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자세로 트릴을 내는지 함께 살펴보면 의미를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신체 자세
      귀가 앞쪽으로 향하고 몸이 자연스럽게 이완되어 있다면, “기분 좋아!” “반가워!”라는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귀가 뒤로 약간 젖혀져 있거나 꼬리 끝이 흔들리며 살짝 굳어 있다면, “조금 예민해, 주의를 기울여 줘!”에 가깝습니다.

    • 동반 행동
      트릴과 함께 꼬리를 바짝 세우고 보호자에게 다가온다면, 호감과 애정을 가득 담은 인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살짝 뛰어오르거나, 물건 주위를 서성거리며 반복적으로 트릴을 낸다면 “이거 좀 봐 달라”며 관심을 요구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주변 환경
      낯선 손님이 방금 들어왔는데 고양이가 트릴을 낸다면, “누구세요? 흥미로워요!”일 수도 있고, “낯선데 궁금하긴 해요” 같은 혼합된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손님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서 히스(hiss)로 바뀔 수도 있으니, 고양이의 의사를 존중해 손끝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 주고 차근차근 친해지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트릴이 들렸을 때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것

    트릴은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감정을 보여 주는 울음소리로 볼 수 있습니다. 보호자는 다음과 같은 태도로 고양이의 의사 표현에 잘 반응해 줄 수 있습니다.

    • 가볍게 인사하거나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기
      고양이가 반가워서 트릴을 낸 경우, “안녕!” 하고 짧게 반응해 주고, 고양이가 원한다면 쓰다듬어 주거나 간식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트릴을 낼 때 보호자도 나와 교감해 주는구나”라는 긍정적 학습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 서로의 공간 지키기
      트릴은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초대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가 스스로 거리를 유지한 채 트릴을 낸다면, 억지로 안아 올리지 않고 먼저 냄새를 맡게 하거나 천천히 손등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반응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 이후 행동 패턴도 관찰하기
      트릴이 끝난 뒤 고양이가 바로 몸을 웅크리거나 꼬리를 빠르게 흔들면, 장난을 원하지 않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꼬리를 치켜세우며 주위를 맴돌거나, 보호자에게 몸을 부비기 시작하면 “같이 놀자!” “나와 교감해 줘!”라는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트릴링을 하지 않는 고양이도 문제는 아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 집 고양이는 트릴 같은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고양이마다 타고난 성격과 취향, 의사 표현 방식이 다른데, 어떤 고양이는 매우 조용하고 차분해서 야옹도 잘 내지 않으며, 트릴도 거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전반적 건강 상태, 식사 습관, 생활 리듬, 보호자와의 유대감입니다. 트릴이 없어도, 몸짓이나 표정, 다른 형태의 울음소리로 충분히 감정을 표현하는 고양이들도 많습니다.

    트릴을 통한 교감, 주의해야 할 점

    트릴은 귀엽고 즐거운 소리지만, 무조건 가벼운 상황만 반영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가령, 가볍게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호기심이 섞여 “트릴” 비슷한 소리를 내는 고양이도 있어, 보호자가 성급하게 안아 올리거나 과도한 스킨십을 시도하면 히스나 할퀴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만약 트릴처럼 들리는 소리가 지나치게 길고 낮다면, 사실 그르렁거림(Growl)이나 가벼운 으르렁 소리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맥락을 정확히 파악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양이가 귀를 완전히 뒤로 젖힌 상태에서 목청을 울리는 소리를 낸다면, 그건 트릴이 아니라 방어적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트릴 같은 소리를 낸다고 해도, 신체적 언어에서 경계가 읽힌다면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맺음말

    트릴(Trill)은 고양이 소리 중에서도 다소 희소하지만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꼽힙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르르르” 소리를 들으면, 보호자는 “이 친구가 지금 뭔가 즐거운 감정을 내보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고, 고양이도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마워!”라며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고양이가 트릴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사용하는 경우에도 맥락과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보호자께서 듣는 소리가 트릴인지 다른 울음소리인지 헷갈린다면, 고양이의 행동 양상과 주변 환경을 함께 살펴보면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트릴은 고양이가 보호자에게 한 걸음 다가오는 순간일 때가 많습니다. “같이 놀자!”, “반가워!”, “조금만 주목해 줬으면 해!”라는 작고 섬세한 시그널이니, 이때 부드럽게 응대해 주신다면 반려묘와의 관계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잠깐의 시선 교환과 쓰다듬기만으로도 서로 만족스러운 교감이 가능하니, 귀여운 “르르르”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 감정에 따뜻하게 호응해 주세요.

    귀여운 동글동글한 고양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