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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언어

고양이 언어를 배우며

a-candoo 2025. 1. 20. 18:09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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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의 언어

    고양이는 크게 소리(음성적 표현)와 행동(보디랭귀지), 그리고 냄새(페로몬)를 통해 서로 소통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야옹 소리(‘미야우’)나 골골송(purr), 그르렁거림(growl), 하악질(hiss) 같은 음성적 신호와 더불어, 귀와 꼬리의 움직임, 수염과 눈동자의 미세한 변화, 바디 포지션, 얼굴을 문지르는 행동(마킹) 등 다양한 보디랭귀지를 활용합니다. 여기에 발정기 신호나 영역 표시를 위한 페로몬 사용까지 결합되면서, 고양이는 상황에 따라 복합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셈입니다.
    원래 고양이는 밤과 새벽 시간을 중심으로 사냥을 하던 야행성 동물이어서,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몸짓이나 냄새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쪽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사냥감이나 포식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고도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고양이는 행동 중심의 언어를 발전시켜 왔고, 이는 현재 반려묘로서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읽은 집사 중 몇몇 분은 '우리 고양이는 조용하지 않고 엄청 시끄러운 수다쟁이인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 또한 왜 그렇게 되는 건지 함께 다뤄 보겠습니다.

    고양이끼리의 소통: 몸짓과 무성 음성, 미묘한 암호

    고양이들끼리만 있을 때는 의외로 ‘야옹’ 소리를 자주 듣기 어렵습니다. 대신 귀나 꼬리, 몸의 자세 등을 활용하거나 무성음에 가까운 낮은 소리를 내는 등, 시각적·청각적 신호를 섬세하게 주고받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서열이 명확한 다묘 가정에서는 꼬리 각도를 미묘하게 달리하거나 시선을 회피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으니 다가오지 않았으면 해” 같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미세한 보디랭귀지는 갈등을 피하고 서로의 영역이나 서열을 존중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울음소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므로, 대신 무성음이나 낮은 그르렁거림으로 상대에게 경고나 주의를 보내기도 합니다. 새끼 고양이는 작고 마른 울음 비슷한 소리로 가벼운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며, 동시에 시선 처리나 꼬리 깃발 세우기 같은 행동을 결합해 ‘고양이들끼리만 이해하는 암호’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골골송(purr)은 “행복하다”거나 “안정감을 느낀다”는 긍정적 메시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플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신호가 될 때도 있습니다. 여러 마리가 서로 그루밍을 해 주면서 골골송을 교환하는 장면을 관찰하면, 서로 “나는 지금 괜찮으니, 너도 괜찮지?”라는 식으로 유대감을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소통: ‘야옹’은 왜 이렇게 다양해졌을까?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전혀 다른 종인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야생에서처럼 행동과 냄새만으로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사람은 고양이만큼 미묘한 보디랭귀지나 냄새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고양이가 확장·발달시킨 소리가 바로 ‘야옹’인데, 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불만을 표현할 때, 억양과 길이를 달리해 의사를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프거나 문을 열어 달라고 간청할 때, 혹은 심심해서 쓰다듬어 달라고 조를 때처럼 요구 사항이 있을 때 각각 다른 ‘야옹’ 소리를 써먹습니다.
    고양이는 음성 신호만 쓰는 것이 아니라, 몸짓을 곁들여 효과를 높인다. 배를 살짝 드러내며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낸다면, “쓰다듬어 달라”는 언어일 확률이 큽니다. 머리를 비비며 야옹거릴 땐 교감을 원하는 것이고, 꼬리를 치켜세우고 가볍게 울 때는 반갑고 기분이 좋다는 표현입니다. 사람이 보디랭귀지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양이가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과장된 동작과 소리를 섞어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려고 시도할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사람을 상대할 때 곧잘 사용하는 골골 송도, 대부분 “안정적이고 편안하다”는 신호이지만 간혹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내는 경우가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왜 고양이끼리와 고양이-사람 간 소통이 다를까?

    고양이가 이런 식으로 언어 사용 방식을 달리하게 된 배경에는 본래 생존 전략의 차이가 자리한다. 야생 상태에서는 소리를 크게 내면 사냥감이나 포식자에게 들키기 쉬웠던 반면, 사람과 함께 살게 되면서는 인간에게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전달해야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졌습니다. 문을 열거나 사료를 주고, 쓰다듬어 주는 역할을 사람이 하게 되니, 고양이는 억양이 다른 ‘야옹’ 소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사람의 목소리 톤이나 표정, 감정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고양이 입장에서는, 인간이 기분이 좋을 때 야옹거리며 다가가는 편이 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은 친화적인 고양이들을 좋아하고, 그 고양이들이 더 잘 살아남으면서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유능한’ 성향이 어느 정도 유지·발전했다는 해석도 그럴싸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호 소통을 위해, 보호자가 알아두면 좋은 팁

    고양이 언어는 직접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기본 원리를 숙지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교감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먼저 고양이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몸집이 작은 고양이에겐 사람이 갑작스레 다가가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부드러운 톤과 동작으로 대하고, 억지로 안아 올리거나 거부감을 주는 행위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계에 밝혀진 바로는 남성의 저음보다는 여성의 고음이, 센 발음보다는 부드러운 발음이 고양이들에게 더 친근감을 보인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사람의 긴 대사를 전부 알아듣지 못해도, 톤과 억양을 통해 보호자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짧고 긍정적인 말투를 사용하면 고양이가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킨십도 고양이마다 선호 부위와 범위가 다르므로, 실시간 반응을 보면서 우리 집 고양이가 어디를 좋아하고 어디를 싫어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낚싯대나 사냥 놀이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고양이 언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놀이 속에서 고양이가 어떻게 소리와 보디랭귀지를 조합해 감정을 표현하는지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와 사람의 언어 차이가 주는 교훈

    고양이끼리의 소통 방식과, 고양이-사람 간 소통 방식을 견주어 보면, 같은 종끼리는 시각·후각 신호에 기반을 둬서 조용히 소통하는 반면, 사람을 상대할 때는 청각적으로 분명한 ‘야옹’ 소리를 훨씬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고양이는 상황과 대상에 따라 최적화된 의사소통 방식을 택할 줄 아는 영리한 동물입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고양이가 왜 자꾸 울기만 할까”라고 단순히 생각하기보다, “저 아이가 울음소리를 통해 지금 어떤 요청이나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는 걸까?”라고 접근해야 더 고양이가 원하는 바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완전히 다른 언어 체계를 갖춘 두 존재가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의 시선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이며, 반려묘와 보호자가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루밍하는고양이


    마무리

    고양이 언어는 단순히 야옹과 골골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디랭귀지와 냄새, 미묘한 표정과 움직임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종끼리 있을 때와 사람을 대할 때, 표현 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존재들이 만나 각자의 방식을 조금씩 배우고 양보해 가며 교감하는 과정은, 반려 생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고양이끼리의 암호 같은 세계를 존중하고, 동시에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그 사랑스러운 동물을 배려하는 태도가 쌓일 때, 우리는 반려묘와의 일상에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해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오해도 줄어들고,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 원하는 걸 알게 되며 함께 누리는 행복은 배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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